군대 조교 생활 시 받은 편지입니다.
군대 조교 생활 시 받은 편지입니다.
저는 군 복무를 전라도 광주 육군 전투 병과 학교(현 상무대, 기계화 학교)에서 전차병 조교로 군 생활을 했습니다.
1983. 4. 1 ~~ 1985. 8. 15
아랫 사진과 글은 상병을 달았을 때 저한테 교육을 받고 전방으로 올라간 피교육생(EMBC)중
어떤 병사의 누님으로부터 받았던 편지입니다.
당시 전차병 후반기 교육은 13주로 타 병과에 비해 월등히 길었으며 마지막 주에 부모님들과의 면회가 허용되었습니다.
제가 이 편지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제 추억록에 보관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A4 용지 크기로 90여장 보관중)
나의 하나밖에 없는 아우는
너무나 멀리 경기도의 하늘 밑에 있소
광주를 떠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끔씩
기갑 학교의 넓은 곳에 생각을 두오
이젠 더욱 무성할 등나무며
쭈욱 뻗은 입구변의 신록 하며
더욱더 우렁찰 훈련 하며
모든 게 그날 본 그 풍경일 것이오
나의 아우는 자랑스러웠소
마지막 본 그의 큰 키는 지금도 잊지 못하는 누나만의 비밀인 것이오
전설 속에 잊힌 듯 생각나는 연인인양
아우의 영상을 가끔씩
사무치도록 보고 싶은 밤도 있소
난 그를 가냘프다고 허영스런 단어도 써보오
키 작은 눈엔
키 큰 아우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의 연인이오
지금 너무 보고 싶소
이런 밤이면
잠들지 않는 밤이면
아우와 난 밤새워 FM 음악을 들으며
집 안의 앞 날을 이야기하고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고
학교 이야기, 그는 그의 여자 친구 이야기를, 나는 나의 남자 친구 이야기를
했건만
그가 없는 지금 FM의 그 음악이 아니오
아침, 해를 맞는
그 아침의 해도 아니고
밤, 달이 떠도
그 날밤의 달이 아니오
나의 요리 솜씨도
스톱해 버렸소
아무도 내 요리 솜씨를 이해하지 못하고 칭찬하지 않았지만
아우는 칭찬해 주었소
큰 집안에 세 식구의 소리는 전혀 없소
아침에도, 오후에도 꼬옥 닫힌 현관문, 창문
아무도 열어주는 이 없는 세 식구만의 생활이오
아우가 있다면
오후의 뜰은 촉촉할 것이며, 열린 문으로 방안엔 시원한 바람이 가득할 것이며
늦은 밤, 고소한 냄새라도 풍기는 그날들이 될 터인데
조금은 아쉽고 섭섭하고 보고싶소
아우가 오는 날
정확히 2년 6개월 뒷 날
내가 집을 지키고 있을지도 미지수인데
다시 한번
그 시절로 돌아갈 것을 아우와 약속할 것이오
너무나 나의 아우 이야기만 서술한 것 같소
그치만
난 사랑스런 나의 아우 이야기가 쓰고 싶었을 뿐이오
군 복무에 충실하고 몸 건강하는 게 효인 것임도 밝히고 싶소
그로부터 족히 3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돈독한 우애의 남매라 생각합니다.
어느 세상, 어느 하늘아래 살던지 항상 가족분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