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지숙(39, 가명) 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집으로 곧 날아올 7월분 전기요금 고지서 때문. 폭염과 열대야로 거의 매일 에어컨을 8시간 이상 켜고 생활해서다.
주말에 온가족이 집에만 있을 땐 하루 12시간 이상 켜둘 때도 있었다.
이 씨의 가족은 남편과 두 자녀. 이들 4인 가족의 매달 전기요금은 평균 4~5만 원선이었지만, 이 씨는 전기요금이 몇 배나 많이 나올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직장인 김이택(42, 가명)씨는 지난달 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어컨을 구입했다.
집안 온도가 30도 가까이에 이르는 등 에어컨 없인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서다.
김 씨는 전자대리점마다 에어컨이 품절돼 일주일 이상 기다린 끝에 겨우 마련했다. 매일 에어컨을 켜놓은 채 잠을 잔 김 씨 역시 전기요금이 걱정이다.
혼자 사는 김 씨의 매월 전기요금은 2만 원 안팎이지만, 최소 10만 원 이상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여름 '전기요금 폭탄'에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전국이 펄펄 끓는 가마솥더위로 수은주가 35도 안팎을 오르내린 탓에 각 가정에서 에어컨을 장시간 사용했기 때문이다.
15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수요는 예년에 비해 하루 평균 100만kW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무더위 탓에 냉방 전력수요가 급증, 예비전력은 비상 수준인 300~400만kW로 뚝 떨어졌다.
특히 폭염에 이은 열대야로 야간 전력수요가 평소보다 50~60만kW 이상 증가했다.
한전은 낮에 이어 밤까지 에어컨을 가동하는 가정이 많아 야간 전력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각 가정의 전기요금도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7월분(1~31일 사용) 전기요금은 이달 16일 이후 고지된다.
이 씨나 김 씨와 같이 장시간 에어컨을 사용한 가정의 전기요금은 얼마나 나올까. 우리나라 4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전력사용량은 337kWh다.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돼 쓸수록 요금이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처음 100kWh에 적용되는 요금은 5790원이다. 이후 100kWh 쓸 때마다 1만2020원, 1만7904원. 2만6780원을 적용받는다.
기본요금 3680원에 부가세 10%까지 더해지면 5만6090원이 부과된다.
여기에 매일 4시간씩 한 달 동안 에어컨을 가동했다면 요금은 급격히 오른다.
일반적인 가정용 에어컨(1.5kW 용량) 기준으로 4시간 사용하면 늘어나는 전력량은 6kWh(1.5kW X 4시간). 지난 7월 한 달 동안 계속 가동했다면 186kWh(6kWh X 31)로 증가한다.
여기에 평소 사용한 전력량 337kWh를 더하면 523kWh의 전력량이 나온다. 이를 전기 요금으로 환산하면 14만8180원이 된다.
만일 이 씨처럼 에어컨을 하루 평균 꼬박 8시간 사용했다면 요금은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에어컨을 8시간 가동했을 때 늘어나는 전력량은 12kWh(1.5kWh X 8시간)다.
31일 사용 기준으론 372kWh가 된다. 평소 사용량 337kWh를 감안하면 709kWh로, 전기요금은 29만1410원까지 치솟는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한 달 동안 매일 10시간씩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은 35만1470원까지 오른다.
장시간 에어컨 사용이 전기요금 폭탄으로 돌아온 셈이다.
한전 요금제도팀 관계자는 "올 여름이 예년보다 무더웠고, 특히 밤에도 에어컨을 켜는 사람들이 많아서 요금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여름에 요금 폭탄을 맞지 않기 위해선
에어컨 가동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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