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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첫 렌즈 고르는 법 -- [유창우의 쉬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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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50㎜·셔터스피드1.3sec·조리개f/5.6·감도ISO 50·삼각대 사용. 강원도 원주 거둔사터.

 

 

 

 

 

"이번에 DSLR 카메라 하나 사려고 하는데, 렌즈는 뭘 사야 해?" 최근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이렇게 답했다.

 "조강지처 같은 렌즈." "뭐야." 친구는 내 대답에 좀 어이없어했지만, 정작 난 '대답해놓고 나니 이게 정답'이라는 생각을 했다.

흔히 처음 비싼 돈 주고 DSLR 카메라를 장만할 때 대개 줌 렌즈(24-70㎜처럼 렌즈의 화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렌즈)를 함께 산다.

멀리 있는 것도 당겨서 찍을 수 있고, 가까운 건 가까운 대로 잘 찍을 수 있으니 편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난 사진 초보자라면 기왕에 흔히 표준 렌즈라고 부르는 50㎜ 렌즈를 사서 한동안 이것으로만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50㎜ 렌즈를 권하는 건, 이 렌즈가 사람의 육안으로 보는 시각과 가장 유사한 영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 때 제일 처음 해보는 건, 바로 내가 어떤 사물을 바라본 대로 찍는 것이다. 이를 가장 무난하게 표현하는 게 바로 50㎜ 렌즈다.

물론 불편한 점은 많다. 줌 기능이 안 되다 보니 멀리 있는 걸 당겨 찍을 수도 없고, 좁은 공간을 한 프레임에 다 담을 수도 없다.

 하지만 또 이게 초보에겐 장점이 된다. 그만큼 몸을 많이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걸 찍을 땐 그만큼 다가가게 되고, 눈앞의 공간을 한 번에 담을 수 없으니 뒤로 물러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소위 '렌즈감(感)'이라는 걸 얻을 수 있다.

'아 이런 장면을 찍을 땐 이만큼이나 바짝 다가서야 하는구나','아 이걸 모두 표현하려면 그만큼 내가 멀리 뒷걸음질쳐야 하는구나'를 저절로 배우는 것이다.

 이걸 깨치고 나면, 사진의 기본을 알게 된다. 그다음엔 광각렌즈도 망원렌즈도 한층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결정적 순간'이란 말로 널리 알려진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Bresson·1908~2004)은 평생 라이카 카메라에 50㎜ 표준 렌즈만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내가 본 것과 가장 유사한 표현을 할 수 있는 렌즈라서 표준 렌즈를 고집한다"고 했다.

그러니 일단 DSLR 카메라를 장만했다면 50㎜ 렌즈로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렌즈가 밝고 조리개의 표현영역이 넓어 아웃포커싱에도 유리하다. 줌 렌즈를 샀더라도 한동안은 50㎜로만 설정을 해놓고 사진을 찍어봐도 좋겠다.

이렇게 50㎜ 렌즈로 찍은 사진은 깊고 은은한 맛을 낸다. 사진적 자극은 덜하지만 두고두고 봐도 질리지 않아 좋다.

 친구에게 '조강지처 같은 렌즈'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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