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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정보방 】/◆여행, 산행, 카메라

(2)사진을 처음 찍을때.... -- [유창우의 쉬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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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85㎜·셔터스피드 1/30 sec·조리개 f/1.4·감도 ISO 800.

 

 

 

 

처음 사진기를 선물 받았을 때를 지금도 기억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을 거다.

아버지는 내게 낡은 독일제 '아그파' 카메라 한 대를 생일 선물로 사주셨다.

카메라를 품에 안고 한참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어떤 걸 제일 먼저 찍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눈에 띈 게 여동생이었다. 한창 예쁘고 앳된 얼굴. 길고 반짝거리는 머리칼.

'아, 그래 이 녀석을 찍자'라고 마음을 정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 동안 여동생 사진만 찍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탁월한 선택이었다. 굳이 멀리까지 나가서 사진을 찍는 대신,

집에서 동생 녀석의 사진을 찍었던 건 말이다.

 매일 볼 수 있으니, 매일 찍을 수 있다.

늘 봐왔던 얼굴을 찍는 것이니, 사진 한 장 한 장을 찍어나가는 동안

한결 섬세한 눈으로 피사체를 대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이 빛에선 평소보다 예뻐 보이는구나!' '아, 이런 조명 아래에선 같은 얼굴도 참 달라 보이는구나.

' 이렇게 혼자 사진 찍는 법을 서서히 배워나갔던 것 같다.

카메라를 비싼 돈 주고 사놓고 "대체 뭘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이럴 때마다 난 처음 카메라를 선물 받았던 바로 그날을 떠올린다. 그리고 대답한다.

"좋아하는 것, 잘 아는 것부터 찍어봐"라고.

멀리 가야만 찍을 수 있는 것, 쉽게 볼 수 없는 것부터 찍으려면 아무래도 힘이 든다.

잘 모르니 잘 찍을 수가 없고, 매일 찍을 수가 없으니 사진이 늘질 않는다.

그래서 난 구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구름부터,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아지부터 찍으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학창 시절부터 난 오디오에 탐닉하곤 했다.

오디오의 낡은 앰프와 스피커를 바꿔가면서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 보는 게 취미였다.

그래서 요즘 다시 찍기 시작한 게 오디오다.

찍다 보면 더 좋아지고, 좋아지는 만큼 더 잘 찍게 되지 않을까.

멋진 사진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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