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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와 휴식 】/★좋은 글, 시, 노래

진주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詩) -- 강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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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강 희 근 (시인. 경상대 교수)

 

진주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진주 사람들 가슴에 물끼 다 말라서
 

 

 유년이 달려와 달그락거릴 필통이 없어서


 

 

진주 사람들 유년이 제 키로 자라 사춘기 일기


 

 

쓰는 족족 한 쪽 팔 덮어가며 써나가 본 일이 없어서


 

 

그래서
진주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일까


 

 

언제나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리고, 대관령 한계령이


 

 

 꼼짝하지 못하도록 순결의 대못을 친다


 

 

 내게도 대못을 쳐다오 눈이 내리면


 

 

 편지 한 장 남겨 놓지 않고, 언제 오리라


 

 

 언질 한 톨 떨어트려 놓지 않고 가버린 백색의 유년


 

 

 대못 치는 소리 타고 돌아오리라


 

 

 이제 돌아오면 나이를 다 까먹어 나이가 없는


 

 

유년에게 사춘기 같은 걸
일러 주리라


 

 

 아, 진주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겨울강 시퍼런 입술에도 콧등에도 이마에도


 

 

역사 때문에 돌 맞아 멍든 성돌에도 다락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다


 

 

 지금, 진주에는 떠돌이 사춘기 하나 없고


 

 

유년을 불러내는 소리꾼 하나 없다


 

 

 

 

진주성의 눈 덮인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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