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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사는 이야기 】/▶나의 이야기

어머님의 로멘스 그레이( Romance G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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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 글은 2005년, 12월경에 서울 자양 초등학교 총동문 카페에 제가 올렸던 글입니다.

 
 

 

---------    "  엄마 암이란다  "    --------

 

 

 
남대문 시장 새벽 일을 마치고 집 사람과 교대를 한 후 집으로 오는 2005년, 12월 6일(화) 전철안
누나와의 핸드폰 통화 내용중 들려오는 엄마가 암이라는 소식
잠시 머리를 뭔가에 맞은 듯한 둔탁함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물었습니다.
" 암이면 무슨 암, 그리고 몇 기래 ? "
한 달여전 부터 음식물을 삼키면 목에서 뭔가 걸리는 것 같고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길래 무슨 병인가 해서

진찰받으러 누나와 같이 건국 대학 병원에 간 건데 암이라니 ....

앞,뒤 경황도 없이 이미 20여년전 51살에 간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 생각에,

그 암이라는 놈이 얼마나 환자와 가족을 힘들게 하는지를 이미 경험한지라 눈에서는 마냥 눈물만 흘렀습니다.

 

 

이미 물은 업질러졌다는 생각에 집으로 와 갑상선 암이라는 놈이 어떤놈인지

여기 저기 물어보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좀 희망적이더군요
암중에서는 비교적 치료가 쉽고 전이만 안되면 99프로 치료 가능한 암이 바로 이 갑상선 암이라고

얼마전 TV 프로그램 " 비타민 " 에서 방송을 했다 하더군요

 

 

다음 다음날인 12월 8일(목) 집에서 가까운 건국 대학 병원에 어머님을 입원시켰습니다.
갑작스런 입원과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에 어머님도 무언가 이상하시다는듯 꼬치 꼬치 묻더군요
목에 혹이 생겨 그것만 간단히 제거하면 되니깐 너무 걱정하지 말라 했지만
저는 속으로 울고 있었습니다.
집에 가서 병원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가져온다고 누나와 엄마를 병원에 두고 집에 와서는 차를 몰고

곧장 분당 야탑동에 메모리얼 파크의 아버님 산소로 갔습니다.

 

 

" 아버님, 어머님을 살려 주십시요 "

 

이렇게 아버님을 초라하게 보내고 살아온 저와 어머님의 불쌍한 인생이 더 이상 회한으로 점철되지 않도록

어머님의 남은 여생을 지켜 주십시요

저는 이대로는 어머님을 아버님에게 못 보내 드립니다. 

  

 

간절히 빌고 또 빌었습니다.

 

다음날 수술실로 들어가는 어머님의 초췌하고 놀란 얼굴을 안심시키고자  

" 엄마, 잠 한숨 푹 잘 주무시면 깨끗히 혹 제거 수술 잘 될거예요 " 하면서 계속 안심시켰습니다.

수술실 앞 문자판에 어머님은 4시간이 지나도록 계속  " 수술중 " 이라는 문자만 찍혔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야 " 회복중 " 이라는 문자가 찍히더군요
그 회복중 문자가 또 한시간을 찍히고 나서야 수술실 문이 빼꼼히 열렸습니다.
" 엄나 나 운기야 !! 운기 알아 보겠어 " 하는 나의 질문에 마취에서 깨어나 창백한 얼굴로 희미한 미소만 지으셨습니다.

 

 

병실로 이동후 담당 의사를 찾았습니다.
수술 결과에 대한 말을 듣고 싶었으나 담당 의사가 바로 다른 수술을 들어갔기 때문에 결과는 오후 회진 시간에

알려 드린다고 간호사가 이야기 하더군요

겁이 덜컥 났습니다.
무슨 큰일때문에 담당 의사가 바로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는구나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병실로 와 어머님이 잠들지 않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키라는 간호사의 말에 여러가지 말을 어머님에게 하였습니다.
수술 잘 되었으니깐 걱정 말고 빨리 회복하라는 말부터 하였습니다.
그리곤 화장실에 가서 혼자 울었습니다(전 원래 눈물이 좀 많습니다.)

 

 

그로부터 몇 시간후 저녁 회진 시간에 저는 비로써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담당 의사로부터 갑상선 암이 아닐 수도 있고 암이라해도 초기이기 때문에 평생 약이나

동위 원소 치료를 안 받아도 된다 하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양쪽이 아니고 한쪽 부위 갑상선만 제거 수술을 했다 하더군요
자세한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다 하더군요
눈물이 또 흐르더군요
그리고 어제 입원후 열흘 만에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어머님 퇴원하셨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 어머님!!  당신의 남은 여생이 기쁨의 로맨스 그레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머님!!  당신의 남은 여생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이 못난 아들이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건강하게 아프지 마시고 밝은 얼굴로 당신의 남은 여생을 사세요
못난 이 아들의 소원입니다. "

 

 
며칠전엔 대왕 초등학교 친구들과 울릉도, 독도로 해서 여행도 갔다 오셨다.
(우리 어머님 멋지시지 ? 올해 연세가 71세이신데 아직까지도 초등학교 동창회를 하시니 ...)
 

 

혹시 친구들 중에 나같이 어머님이나 아버님의 건강때문에 걱정하는 친구들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나이가 50의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볼 나이이니 대부분 친구들의 부모님은 70이상이 되셨겠지
설혹, 그분들 몸이 여기 저기 아프다 하셔도 짜증내지 말자
우리들 키우느라 입을것 못입고, 먹을것 못드신분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 따뜻하게 해드리고 항상 하늘만큼 맑은 미소만 보여 드리자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내가 아무리 우리 어머님에게 잘한다 하더라도
내 자식들게 베푸는 사랑보다는 못할것이다.

 

 

하지만
우리네 부모님은 우리들에게 그렇게 많은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당신이 아프고 괴로워도 자식의 행복과 안녕을 바랄뿐 ....
 부모님 살아계시는 동안 그저 마음 편하게 해드리는게 우리들의 최소한의 의무임을 잊지말자!!!
 
 

 

 

 

** 건강해지신 어머님!!!!  --  세미원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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