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세상 사는 이야기 】/▶서울 자양 초등학교

육성회비

반응형

 

 


자양 초딩때 엄마에게 아침 등교길 육성회비 달라고 어리광 부리던 기억이 문득 떠오릅니다.

육성회비 안주면 학교 안가겠다고 때 쓰고 .....
잃어 버릴까봐 국어책 중간에 끼워놓고 선생님에게 500원 갖다내면 도장 쾅 찍어주고...
못낸 사람은 일일이 거명해가며 내일까지 꼭 가져오라던 야속한 선생님

어떤 친구는 종아리까지 맞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들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거나 교실 한 구석에서 손들고 서 있어야 했던 ......

우리들의 어릴적 슬프디 슬픈 추억의 한 페이지


육성회비 낼때 쯤이면 으례 숨죽이고 긴장하던 그때

당시 돈 500원이면( 그 정도 액수로 기억하는데 맞는지? ) 결코 적은 돈도 아니었습니다.

( 공책 1권에 10원 할때고...... 라면 땅(뽀빠이)가 10원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
그걸 좀 늦게 냈다고 기 팍팍 죽이던 그런 선생님도 계셨었습니다.

 

 

 

선생님도 그려고 싶어서 그랬겠냐만은

한참 감수성 예민 시기에 있었던 일부 친구들은 상처받기 다반사였지요!!

 

지금은 잊혀진 추억의 단어 --- " 육성회비 "

 

** 사진은 자양 초등학교 29회 졸업 앨범의

교감 선생님입니다.

 사진은 왜 올렸냐 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교감 선생님 뒤의 칠판 글씨를 잘 보기를....

" 육성회비 독려!! "

ㅎㅎ

선생님들 회의때 아이들 육성회비 납입율이 저조하다고 깨지는(?) 선생님은 그 여파가

우리들에게 내려 올 수 밖에 없었겠죠?

 

 

 

 

다음은 육성회비에 관한 이철환님의 글입니다.

                                                                                     -- " 이철환님의 행복한 고물상 중에서 "

 

 

 

초등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남자 담임 선생님이 사못 진지한 얼굴로 교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아이들을 향해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까지 육성회비 안낸 사람 자리에서 일어나 봐.”

그 순간 내 가슴속에 돌덩이 하나가 쿵 하고 떨어졌다.

나는 몹시 긴장했다.

여러번 독촉을 받았지만 수업료로 내는 육성회비를 미쳐 내지 목하고 있던 탓이었다.

나는 먼저 주위를 둘러보았다.

육성회비를 못낸 아이가 있기를 바랐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끌탕을 하다가 결국은 나 혼자 일어났다.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같은 반 여자아이들 앞에서 너무도 창피했다.

그런데 잠시후, 옆 분단에 앉아 있던 영수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는 거였다.

영수의 몸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담임선생님의 짧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들 들어봐.”

“...... .”

“어서 고개들 들어 보라니까.”

담임선생님의 호통 소리에 나는 겨우 고개를 들었다.

“육성회비 언제까지 낼 수 있어.”

“...... .”

나와 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언제까지 낼 수 있냐니까.”

“...... .”

영수는 쩔쩔매하며 우두커니 자리에 서 있었다.

내 얼굴도 동백꽃잎처럼 점점 더 붉게 물들어 갔다.

그때 다시 선생님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일까지 육성회비 꼭 가져와. 그렇지 않으면 엄마를 모셔오든지. 알았어.”

“네...... .”

“그리고 오늘 교실 청소는 니들 둘이 해.”

수업이 끝나고 나는 영수와 단둘이서 교실 청소를 하기 위해 남았다.

함께 집에 갈 형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하기 위해 빗자루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을 때였다.

형이 복도 한쪽에서 두 손을 든 채 끓어 앉아 있었다.

순간 내 가슴에 잔물결이 일었다.

형내 담임선생님은 형에게 다그치듯 묻고 있었다.

“내일까지 육성회비를 내든지 아니면 엄마를 모시고 와. 알았어?”

“네.”

“너희 아버지 뭐하셔?”

“고물상 하시는데요.”

형이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나는 뿌옇게 흐려진 눈으로 아무 말 없이 계단을 내려왔다.

 

청소를 마치고 영수와 나는 교실 문을 나섰다.

창밖으로 하얀 목련꽃잎이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영수야. 너는 육성회비 언제 낼 수 있어?”

“...... .”

“내일도 우리 둘만 남아서 청소하겠다. 그치?”

“하면 되지 뭐.”

영수는 빙긋이 웃어 보였다.

나는 며칠 뒤에야 알았다.

영수가 벌써 육성회비를 냈다는 것을...... .

친한 친구가 혼자 서 있는 게 창피할까 함께 일어났고, 함께 청소까지 했다는 것을......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