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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렝땅 액세서리 】/♠남대문,동대문이야기

남대문 거리의 환전상들 "장사 안하는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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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안 한다니까요. 달러는 안 받은 지 오래됐고 엔화·위안화도 안 받아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 남대문시장.

시장 어귀에서 10㎡ 남짓한 환전소를 운영하는 서경숙(가명·59)씨는 “달러를 바꾸러 왔다”는 기자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은행 문이 닫힌 오늘이 대목이 아니냐”고 했더니 지난달 얘기를 꺼냈다.

“일요일 오후에 달러 50개(5000달러)를 받았는데 다음 날 환율이 20원 가까이 떨어져 10만원을 고스란히 손해 봤다”는 것이다.

서씨는 “다음 날 심장이 떨려 죽는 줄 알았다. 환율이 이렇게 떨어질 때는 장사 안 하는 게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원화값에 길거리 환전상마저 대부분 장사를 접었다. 원화 강세 흐름이 워낙 강해서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은행에 등록된 환전영업자는 1243명. 누구보다 원화값에 민감하고 나름대로 환율을 예측하는 ‘비법’도 갖고 있는 ‘거리의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길거리에 나오는 숫자는 최근 크게 줄었다.

골목에서 만난 한 환전상은 “무조건 돈을 버는 원화 약세기엔 여기에만 수십 명씩 있었는데 오늘은 달랑 세 명 나왔다”며

 “달러값이 떨어질 땐 팔자는 사람도, 사자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팔려는 사람은 달러값이 반등하길 기다리고,

사려는 사람은 반대로 더 떨어지길 기다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상가를 세 내 제법 규모 있게 장사하는 곳들도 최근 한두 달 새 몇 곳이 문을 닫았다.

 

 

 엔화와 위안화 환전 수요도 많이 줄었다. 이들 통화 역시 원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5일 오전 일본인 관광객 유미코(43)가 남대문 근처 한 환전상에서 9만 엔을 바꿔갔다.

120만원가량을 손에 쥔 그는 “연초에 왔을 때보다 원화값이 많이 올라 마음껏 바꿀 수 없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돈을 바꿔준 환전상은 “관광객 수요보다 내국인 뭉칫돈이 안 나오는 게 더 문제”라고 했다.

엔화값이 높아야 장롱 속에 보관했던 돈을 원화로 환전하려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환전상보다 손님이 더 많이 줄다 보니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5일 오전 10명 남짓한 환전상이 몰려 있는 골목에서 “3000달러를 팔겠다”고 했더니 “(달러당 시세가) 1080원인데 1085원까지 쳐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발길을 돌리는 시늉을 하자 40대로 보이는 젊은 환전상이 다가와 대뜸 스마트폰 화면을 들이댔다.

‘기준환율 달러당 1093원, 팔 때 1072원’이란 실시간 검색결과였다. 그는 “달러당 1086원에 바꿔주겠다”며

“나이 든 사람들보다 정보가 빨라 이 정도 쳐주는 것”이라고 생색을 냈다.

‘리스크’ 관리도 분명해졌다. 달러나 엔화가 들어오면 곧바로 은행에서 원화로 바꾼다.

 환전상들이 원화 강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A환전소 이모 대표는 “과거엔 달러나 엔화가 떨어지면 은행에 안 팔고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렸지만 요즘은 즉시 바꾼다”며

“달러당 차익이 2원 정도로 박하지만 갖고 있다가 덤터기를 쓰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남대문 근처의 환전상도 “3000달러 되면 바로 은행에 전화해 가져가라고 한다”고 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계 경제의 흐름상 원화가치가 내년 달러당 1040~10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며

 “무역과 관광·산업에 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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