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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렝땅 액세서리 】/♠남대문,동대문이야기

전우치의 서울 맛집 이야기 남대문 시장 진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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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강남의 '힙스터'들에게서 '강북스러운' 맛집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 지인들의 부탁이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뭣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이들을 이끌고 강북의 오래된 음식점을 소개하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

패션 피플, 크리에이티브 피플, 디자이너, 잡지 에디터 등 흔히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힙스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뛰어난 소비 성향을 갖추고 있으며, 개성 넘치는 시각으로 삶을 살아간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대중문화의 흐름은 이 힙스터들의 움직임에 따라 그 시작점이 결정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러한 힙스터들이 최근 들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서울 맛집'에서 소개하는 오래된 강북 스타일의 음식점들이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이들은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유러피언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포인트는 더 이상 청담동, 가로수길 등의 화려한 유러피언 스타일의 식당이 아닌 것 같다.

이제 '맛의 세계'도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와 레서피로 눈과 입을 현혹하던 시대에서 역사와 진정성을 중요시하는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간만에 강북으로 나들이를 하는 강남의 지인들은 아예 '날을 잡고' 삼삼오오 팀을 이뤄 오는 경향이 많다.

그리고 적어도 세 군데 이상은 들러 음식을 먹고 즐긴다.

이들은 음식도 마치 예쁜 옷을 입어보듯, 명품 액세서리를 착용하듯 음미한다. 절대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가능한 많은 맛과 공간을 찾아 탐미한다.

이 때문에 필자가 힙스터에게 음식점을 소개할 때는 식당 한 곳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으로 묶어서 '투어' 방식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 남대문 일대는 최근 가장 즐겨 찾은 지역 중 하나다.

남대문 일대는 시장권이 형성되어 있어 이른 시간부터 늦은 시간까지 다양한 시간대에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상인들을 대상으로 저렴하고 맛있는 집들이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되어온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소문난 식당들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7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제각각 겹치는 품목이 없고, 각자의 개성 넘치는 메뉴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냉면과 닭무침으로 유명한 '부원면옥', 선어회가 맛있는 '막내횟집', 닭곰탕으로 일대를 평정한 '강원집',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은호식당' 등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맛집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 시작을 했든 결국 마지막으로 들르는 집은 '진주집'이다. 진주집은 꼬리찜과 꼬리곰탕으로 유명한 집이다.

50년 가까이 2대에 걸쳐 운영하고 있는 이 식당은 뛰어난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24시간 내내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늦은 시간 진주집을 찾아가는 길은 매우 흥미롭다. 진주집을 찾기 위해서는 상점 문이 일제히 닫힌 남대문 시장길을 지나 불 꺼진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누벼야 한다.

길눈 밝기로 일가견이 있는 필자도 걸핏하면 이 식당을 찾지 못하고 미로 같은 골목을 빙빙 돌기 일쑤다.

이 때문에 캄캄한 골목길을 지나 눈앞에 진주집의 간판이 나타나면 반가운 것을 넘어 왠지 모르게 신비스러움까지 느껴진다.

늦은 시간에 들르면 주방에서 소꼬리와 우족을 삶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커다란 가마솥에 소꼬리를 가득 닮고 피를 빼고 삶아내는 광경을 리얼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이 집을 찾은 손님들의 특권이다.

보통 밤 9시에서 새벽 3시까지 소꼬리를 삶기 시작하는데, 손님이 없을 때에는 이것저것 물어봐도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대부분 24시간을 운영하는 식당은 음식의 퀄리티와 서비스를 유지하기 힘들기 마련인데, 진주집은 24시간 똑같은 퀄리티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주인아주머니를 중심으로 그녀의 친언니, 사촌 언니 세 명이 삼십 년 이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집에서는 이렇게 정성껏 고아낸 꼬리와 우족, 그리고 육수와 수육으로 만든 메뉴가 일품이다.

꼬리찜, 꼬리토막, 도가니탕, 내장수육, 양지수육 등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든 것이 없다.

사람이 많이 가면 여러 가지 메뉴를 주문해 먹으면 되고, 적게 가면 간단한 탕 하나에 수육 한 접시면 족하다.

가격이 일대 식당에 비해 조금 더 나가지만 맛과 분위기에 50년 역사와 세 자매의 세련미가 더해져 돈이 아깝지 않다.

 

 

 

 

**전우치
음식칼럼니스트, 에디터, 신문기자, 방송작가, 여행기자, 영상 디렉터, 프로젝트 디렉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콘텐츠 제작 전문가다.

클럽컬처매거진 < bling > , 패션 매거진 < maps > 의 편집장을 거쳐 현재 크리에이터스 매거진 < eloquence > 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 호화대반점 > < 포장마차프로젝트 >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음식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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