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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사는 이야기 】/▶자양초등학교산악회

청계산(2009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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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날씨치고는 너무 좋은 날씨였다.

습관성 오른쪽 무릎 탈골과 변변한 등산복  하나 제대로 없고 또, 일요일이면 시장에서 팔아야 할 물건을 만드는 관계로 좀처럼

친구들 일요일 산행에는 참석을 할 수가 없다.

헌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지난 토요일 저녁 9시쯤 습관대로 카페의 문을 열었다가 공지 사항에 경애가 올린

1월 4일 청계산 산행이 눈에 들어왔다.

 

" 양재역 10시 반 7번 출구 "

34년여만에 카페 온 라인으로 연결되 오산에서 온다는 용훈이와 마포에서 온다는 미자의 댓글을 보고 " 그럼, 이참에 나도 한번? "

컴 옆에 있던 아들에게 내가 한마디한다.

" 아들!! 내일 아빠 친구들 산에 가는데 아빠하고 함께 갈래 ? "

일언의 망설임도 없는 아들의 대꾸

"  네 "

 

그래!!!  가자!!! 친구도 보고 아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라면 이번 산행 참 의미있겠다 싶어 집사람에게 내일 정호하고 산에 간다니

집사람 표정이 " 이 사람이 왠일이래 " 하는 그런 표정이다.

등산화 하나 제대로 없고 등산복 하나 제대로 없어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꼭 산에 정해진 복장입고 오라는 법도 없고 해서 대충

추위를 피할 수있는 옷을 찾고 없는 하의(바지)는 동네 근처에 작년에 오픈한 이마트에 밤 10시에 가서 사왔다.

 

 

드디어 일요일

나도 등산 차림이 아니지만 아들도 이건 영 태권 도장가는 옷차림이지 산에 가는 옷차림이 아니다.

나중에 아빠가 제대로 된 옷 사줄께 하는 말에도 아들은  " 괜찮아요!! 하나도 안추워서 됬어요 " 한다.

걸어서 구의역까지 가니 9시 20분이다.

조금 이르겠다 했는데 양재역 도착하니 10시 10분!!!

이런!!! 아무리 시간 제대로 못 맞춘다 하나 조금 추운 날씨에 아들 너무 일찍 데리고 나왔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7번 출구로 나가니 아는 친구는 한명도 아직 안왔다.

경애한테 전화하니 한 10분 정도면 온다고 한다.

 

양재역 출구를 빠져나와 버스 정거장 있는데로 갔더니 하나같이 전부 청계산에 가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뿐이다.

잠시후 다시 양재역 7번 출구로 오라는 경애의 전화에 아들 데리고 다시 출구로 갔더니 거기엔 반가운 친구들이 다 있었다.

경애, 미자, 효숙, 상범, 용훈, 승영, 병호

" 내가 용훈이야~~ " 하는 소리에 34년만에 만나는 용훈이와 반가운 악수도 하고 ...

어떻게, 어디에 사냐는 이야기와 그 동안의 안부 이야기......

친구들 산행에 참석한다고 오산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소식에 더 반갑고 ....

다시 청계산 옛골로 가는 미어 터지는 마을 버스에 몸을 싣고 잠시후 옛골에서 하차

장비 점검과 베낭 정리하는데 경학이가 왔다.

 

특히, 우리는 30여년만에 만나 용훈이를 잘 모르는데 경학이는 이름을 부르며 용훈이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경학이는 용훈이를 30여년만은 아니고 약 10년전, 15년전이란다.

초딩때 밤댕이에 같이 산 관계로 서로를 잘 알고 그간에도 대충의 소식은 서로 알았단다.

 

 

이윽고 산행 시작

한 30여분을 오르니 생전 산에 안타본 사람처럼 등에 땀이 비오듯 베어 나온다.

얼마나 땀이 나는지 손 바닥으로 타고 내린다.

처음에는 베낭의 물이 흘러 그런줄 알았더니 그게 다 땀이더라

오르는 길이 제법 경사가 있고  뒤로 처지는 효숙이의 베낭을 내가 메었더니 이건 뭐 군대 시절 행군때보다 더 힘든다.

그래도 남자라고 힘들단 말은 못하고 ...

카페 쥔장에 찍사라고 디카로 오르는 과정을 사진에 담는다.

 

이윽고

이수봉 정상

정상에 왔으니 기념 촬영을 해야지

디카를 꺼내 사진을 몇장 찍었다.

개인사진, 단체 사진

그래도 우리 아들 덕분에 내 사진도 몇장 찍었다.

아마, 우리 아들 안데려왔으면 이번 산행에서도 난 또 투명인간이 되었을껄

지들 얼굴만 찍을줄 알았지 내 얼굴은 한짱도 안 찍어 주었을껄 ~~    ㅎㅎ

대충 한  9장 정도 찍었나

 

우리 친구들 단체 사진을 찍던 아들이 " 아빠~~~ 디카 밧데리 떨어졌는데요 " 한다.

" 엥~~~ 그럴리가 없는데..... "

전날 디카 준비하면서 충전을 할까 말까 하다 액정을 보니 밧데리 표시창에 만충 표시가 있어 그냥 가져온것인데 ....

대략, 난감,    ㅠㅠ,  OTL,  안습

헌데, 우리의 친구 카페 운영자님인 경애가 그냥 올리가 없지

짜짠~~~

경애 디카 대령이요     ㅎㅎ

 

 

이수봉 지나 다시 매봉으로 향한다.

이때부터 내 고질병인 습관성 오른쪽 무릎 탈골이 시작되었다.

약간의 통증이 서서히 오고 이러다 뒤쳐지겠다 싶어 이번엔 산행 앞쪽에 섰다.

매봉을 향해 다들 힘들게 걸어가는데 뒤에 따라 오던 오는 경애, 효숙, 병호 팀이 안보인다.

이상하다 싶어 10분을 기다렸다.

 

그래도 안보인다.

경애한테 핸드폰을 미자가 건다. 안 걸린다.

지형상 잘 안터지는 핸드폰으로 다시 경애한테 전화하니 벌써 매봉쪽에 다왔단다.

에구!!! 어째 좀 앞 나간다 했더니 뒷쪽 팀은 지름길로 ...

다시 매봉쪽으로 갈길을 제촉한다.

오른쪽 무릎 통증은 더해가고 다시 매봉에서 재회

막걸리 한잔으로 달아오르는 갈증을 삭히고 새 모이로 산새들을 유혹한다.

겨울답지 않은 푸근한 날씨에 싱그러운 휘톤치드 산림욕 냄새와 신선한 공기

이래서 힘들지만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봉과 매바위 쪽에서 내려다 보이는 과천과 경마장 주변

아들에게 경마장 뒤쪽이 엄마 옛날집(처가)이라 손으로 가리켜주고 .....

 

 집사람은 경기도 과천이 본가이다. 토박이지!!

  내가 가끔 집사람한테 " 당신 나한테 시집와서 경기도 일반 시민이 서울 특별 시민된거야 " 라고 하면

  " 어이구!!! 그래요 대단히 고맙수다 " 라고 한다 . 

 ㅎㅎ

가운데로는 양재대로와 오른쪽으로는 성남시, 분당 아파트가 한눈에 다 보이고....

서울 토박이면서 이런 서울 전경을 보긴 47년만에 처음이다.

매봉과 매부리 바위에서 친구와 아들과 사진 찰깍!!! 남는건 사진밖에 없다. 왔으면 증거를 남겨야지

하산길은 주로 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져 미끄러지지 않고 빠르게 내려올 수 있었다.

거의 다 내려오니 몸안에 더워진 냉각수(?)를 빼달라는 몸의 신호가 왔다.

오른쪽 무릎이 아파 내려올때 주로 왼쪽 다리에 힘을 주었더니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데 왼쪽 다리가 덜덜덜 떨린다.

 

( 나중에 집에 와서 우리 아들도 이러더라

  " 아빠!!! 나, 산에서 내려와서 아빠따라 화장실에 갔을때 다리가 덜덜 떨렸어~~ "  )

하긴 너라고 안 힘들겠냐 ? 13년만에 처음 산행이니....

애비가 좀 나돌아 다니는 성격이면 산을 몇번이라도 데리고 다녔을텐데 산이라곤 이번이 처음으로 데려왔으니....

 

 

하산후 순두부 집에서의 식사와 한담

초딩 시절

넌 어디 살고 무슨 일이 있었고,니가 누구 좋아했지...

애는 본 이름이 이게 아니고 그게 본명이야~~~ 

ㅎㅎㅎ 

  하하하!!

이 친구는 밤만 되면 친구들 사랑한단다. 사랑받고 싶으면 핸드폰 번호 알려줘~~~

당장 오늘 밤부터 사랑해줄께

나는 첫사랑이 초딩, 중딩인 정은경이고 고등학교땐 누구 누구에게 연애 편지도 썼었다.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로멘스와 옛날 야그들

 

그래!!! 초딩, 중딩때 누구는 누구를 좋아했었고 누구는 나를 좋아했었다는 추억은 이제껏 살아오면서 나를

가끔은 미소짓게 하는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다.

이런 아련한 아름다운 추억하나 제대로 못 만들고 이제껏 커온 사람은 일생이 조금은 불행한 사람이 아닐까?

 

그때 그시절 풍경과 아련한 우리의 추억들

우리보다 더 어려운 그 당시, 그 환경속에서도 우리를 사랑으로 키우셨던 우리들의 부모님 이야기

한 2시간여를 음식점에서 떠들었나~~~

 

 

그래!!

친구야 이렇게 정답게 늙어가자

때론 사는게 힘들어도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초딩 친구를 만나 떠들고 위로하고 위로를 받자

우리네 인생

길게 봐도 대략 3분의 2는 살은것 같다.

반 조금 넘었단 하기에는 도둑놈 심보같고 ....

비록 이 자리를 함께 못한 여러 친구들도 한명, 한명씩 늘어가길 바라며 우리의 마지막 술을 

" 반갑다. 친구야~~~         사랑한다 친구야~~~ " 로 산행을 마쳤다.

 

 

만남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다.

설혹 사는게 힘들더라도, 사는게 바쁘더리도 우린 만나야한다.

여건이 안되거나 선약이 있어 참석 못한 친구들

한명, 한명씩 더 늘어나 발전하는 29기 산악회가 되기를, 29기 카페가 되기를 빌며 마지막으로 이번 모임에

참석해준 모든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산행 시작전 옛터에서 우리 아들

 

 경애와 함께!!!( 아무래도 어색해~~~ 아빠외에는.... )

  

상범이와 함께!!!( 엥!!! 상범이와도 영 어색해보이네!! )

 

승영이와 용훈이

34년만의 재회( 적어도 나하고는 .... )

 

자 이제 산행 시작이다. 영양분좀 비축하고 ....

 

우리 아들 장모님 대하는 태도가 영 ....( 머리가 좌측으로 기울었네!! )

 

효숙이 왈(曰) -- " 정호야~~ 장모님처럼 편하게 대해.... " 그러고는 살며시 우리 아들 머리를 당겼다.

 

오잉!! 벌써 이수봉

 

이수봉 (해발 545M ) 정상에서 단체 사진 한장!!!

 

개인적으로 우리 29회 초딩 친구와의 공식적인 첫 산행

 

2년여가 다되어 가는 오늘(2010.11.30) 울 아들 징그럽습니다.

키는 그 사이 15cmm정도 더 자라 현재 172cm(중 2), 수염이 나는것 같기도 하고 ....

 

친구들과의 점심 시간

 

1월, 한겨울인데 이 날 날씨는 전혀 안 추웠습니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

 

아들과 함께....

이때만 해도 키가 내가 더 컸는데 이젠. ...    ㅠㅠ    OTL

 

산행의 추억은 이 날을 깃점으로 계속 시작됩니다.

 

어때요? 울 아들 잘 생겼죠?

 

아들에 관한한 난 구불출입니다 .ㅎㅎ

 

 

 

에필로그( epilogue )

 

 

음식점에서 쇄주 기운에 내 첫사랑 이야기와 고등학교때 문숙이에게 편지쓴 이야기가 우리 아들한테는 좋은 먹이감이

되었나 보다.

구의역 내려오는 길에 아들이 나보고 이러더라 !!!

 

" 아빠!!! "

" 왜 "

" 오늘부터 2시간이다. "

" 뭐가 ? "

" 컴퓨터 "

 

아들은 놔두면 하루종일 컴퓨터 게임만 하는 게임광이다.

그걸 내가 무력으로(?) 제압해 하루에 한시간만 하도록 브레이크를 걸어 놨는데 이번 산행, 음식점에서의 내 첫사랑과 편지

이야기를 무기삼아 컴퓨터를 하루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이겠다는 속셈인것이다.

허락안하면 엄마에게 고자질 하겠다는 뜻이지?

ㅎㅎ

 

 

헌데 내가 누구냐?

니가 내 아들이지 내가 니 아들이냐?

아들 머리를 한대 쥐어박는다

" 이야기해라 이 놈아~~~~ "

" 그 이야긴 이미 오래전 내가 너희 엄마한테 다 이야기해 엄마도 알고 있는 사실이거든 ... "

 

 

                                                                                                              --- 불안에 떨지 말고 자수해서 광명찾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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